한국에서 과거와 현재 혹은 전통과 현대의 개념은 흔하게 사용되지만 쉽게 해석되지 않는 주제이자 단어이다. 작가 또한 전통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개념들을 오랜 시간 생각하고 작업하면서 작가만의 언어로, 시선에서 그림을 그려왔다. 작가는 비단이라는 전통재료에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쓰지만, 작업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의 시선이나 관점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한 장면들이다. 작가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이입되는 감정들을 화면 가득 기록해 나아갔고 우리들이 익숙하게 마주한 풍경들과 그 사이에 보이는 우리들의 모습도 같이 기록해 나아갔다. 조각난 듯 보일 듯 말 듯하게 보이는 풍경들과 건물들은 지금의 우리가 언제나 마주하는 작은 변화들을 기록한 모습들로 작가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오랜 시간 도봉구라는 지역에서 살면서 바라 본 모습, 조금씩 변해가는 지역의 장면 장면들을 모아 또 다른 시선으로 도봉구를 바라 보았다. 고전작품을 통해 그림의 바탕을 주로 연습하고 만들어 나아갔던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도 과정의 정통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현대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감정과 시선에 집중했다. 산수화를 반복적으로 수 없이 그리면서 지나간 시대의 예술 언어를 습득했을 뿐만 아니라, 도봉산을 자주 오르며 자신의 관점으로 남아있는, 그리고 때로는 변화한 도시의 모습을 작업에 담았다.
작가는 작업의 순서와 구도도 직관적으로 보여지는 장면들을 조각 내어 조합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작가는 이러한 구도를 나누는 작업을 통해 전통과 현대,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을 흥미롭게 표현했다. 작가는 또한 아주 섬세한 선으로 간결하지만 때로는 강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다. 일정한 패턴이 보이기도 하는 작가의 작업은 그 순서와 구도도 새로운 차원에서 전통을, 그리고 현대를 바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작업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은 건물을 통해 드러나기도 하고, 오묘하게 보이는 풍경들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특히 자연이라고 하는 대상과 현대적 건물들의 오묘하지만 조화로운 모습으로 남아있는 장면은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가지의 다른, 그치만 공종하고 있는 우리의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머물러 있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머물러 있는 것들 사이에 새롭게 등장하는 것들고 있고, 이는 과거와 현재가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형태로 섞여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고 본다. 그래서 작가가 사용하는 전통적인 기법과 그 기법을 통해 표현되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풍경들은 언제나 새롭게 그림을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 본 글은 박보영의 <횡단보도에 서서> 2018.11. 19 - 12. 01 전시 서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