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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팬데믹을 맞이하는 방법

포스트 팬데믹을 맞이하는 방법

기회는 위기에서 오는 법! 
-       포스트 팬데믹 (Post-Pandemic)을 맞이하는 방법

 

7월 19일을 기점으로 영국은 자유의 날 (Freedom Day) 을 맞이하였다.  더 이상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할 필요도 없으며 기존의 사회적 거리 두기 (실내 6인 또는 2인 가구, 실외 30인)도 모두 해제되었다. 자가 격리도 국가별 신호등[1] 제도에 따라,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로써 국가 봉쇄를 통해 외부의 출입을 막고 내부의 움직임을 제한하였던 영국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19사태의 영향으로 내부 구조조정, 재정적 손실, 그리고 폐관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압박을 받아왔던 런던의 상업 갤러리는 4월 12일, 공공 미술관 및 박물관은 5월 17일을 기점으로 재개관을 하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하여 런던 미술 시장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술 시장의 중심에 있는 런던의 갤러리들은 기존의 관행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회복기에 접어든 만큼 전형적인 방식의 갤러리 오프닝이나 전시 준비를 넘어서서 새로운 관람객들을 맞이할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월 4일 비가 오는 금요일 첫 런던 갤러리 위켄드 (London Gallery Weekend)가 열렸다. 본 행사는 지난 11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프리즈 런던 (Frieze London) 이후 많은 갤러리들이 페어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을 하다 뜻을 모아 개최하게 되었다고 한다. 행사 주최 측은 본 행사가 ‘다양한 런던 갤러리 네트워크의 공동체와 상호 지원을 수용하는 미래 지향적인 예술 문화를 위한 민주적이고 커뮤니티 주도적인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본 행사가 미술 시장의 지배적인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라고 한 에델 아산티 (Edel Assanti) 갤러리[2]의 공동 창립자 제레미 엡스틴 (Jeremy Epstein) 은 갤러리들과 아티스트들 그리고 관람객들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무기한 휴관이라는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서 갤러리들 간의 폭 넓은 공감대 형성되었던 만큼 총 140여 곳의 갤러리가 참여하고 런던의 중심, 서쪽, 그리고 동쪽으로 지역을 나눠, 4일부터 6일까지, 총 3일간 전시, 퍼포먼스, 작가와의 만남, 어린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였다. 
 
일각에서는 소위 말하는 탑 갤러리들이 (i.e.가고시안 갤러리 (Gagosian Gallery), 화이트 큐브 갤러리 (White Cube)) 줄을 지어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런던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행사가 없었다는 것도 이상했다는 반응이다. 런던의 갤러리들은 오랜 시간 미술계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런던이라고 하는 지역적 색보다는 국제적 허브로써 페어를 주최하고 세계 관객을 맞이하는 데 익숙했다. 갤러리들은 줄을 서서 아트 페어에 참가했고 세계 관객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이어 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이 제한된 만큼 갤러리들은 근본적인 문제들은 직시하게 되었다. 또한 페어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갤러리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며, 돈이 되어버린 미술품을 사고파는 아트 페어에 반기를 드는 듯 페어와 맞지 않는 형태의 작업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아트 페어를 등단의 기회로 보지 않는 세대의 세계가 도래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전보다 대중의 관심이 많아진 것도 하나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어디서든 전시를 구경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심 있는 작가에 대한 검색도 쉬워졌다. 

런던 갤러리 윅은 특히나 갤러리들에게 의미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The Art New Paper에서 진행한 행사 주최 갤러리 관계자들과의 담론에서, 무엇보다도 본 행사를 기회로 갤러리들 간의 교류가 활발해졌다고 한다. 예를 들어, 그동안 큰 기관에만 몰려있던 기회들이 다양하게 퍼지면서 작은 갤러리들이 큰 곳 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일도 생기고 그에 따라 큰 기관들도 자신들의 위치와 활동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해외 운송과 같은 업무는 작은 갤러리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만큼 큰 갤러리들과의 공유와 소통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따라서 본 행사는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활동하던 갤러리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기회였을 뿐 아니라 지역 시장으로 관심을 돌릴 기회였다. 실제로도 런던을 중심으로 거주하고 활동하는 새로운 구매자들이 늘어나면서 갤러리, 아티스트, 그리고 관객들 사이의 관계 재정립도 이뤄졌다. 이로써 짧은 기간 진행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4만 명이 참여하고 방문하면서 런던 미술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갖고 왔다고 할 수 있다.
 
2021년 하반기에 접어든 만큼 런던 갤러리 윅 외에도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 중이며 진행 될 예정이다.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 (London Design Biennale, 6월 1일 – 27일) 는 “디자인이 어떻게 우리 시대의 주요 과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까?” (How can design provide solutions to major challenges of our time?) 라는 주제로 행사를 진행하였으며 그 사이 메이페어 아트 위켄드 (Mayfair Art Weekend, 6월 25일 -27일)[3], 그 이후 런던 아트 위켄드 (London Art Weekend, 7월 5일 – 6일)[4] 를 개최하였다. 오는 9월부터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London Design Festival, 9월 18일 – 26일), 런던 크래프트 윅 (London Craft Week, 10월 4일 – 10일), 프리즈 런던 (Frieze London, 10월 13일 – 17일) 이 개최 될 예정이다. 
 
페어와 상업 갤러리들의 움직임과 달리 공공 미술관, 박물관들은 다소 조심스러워 보인다. 모든 사회적 제한들이 풀렸지만, 기존의 코로나 규칙을 지키고 있다. 여전히 방문 전 예약을 해야 하며 전시 동선도 제한되어있으며 전시 장내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기존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었지만, 공공기관들은 관람객들의 방문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미술관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 혹은 전시장의 밀폐된 공간에 대한 불편함으로 방문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편으로는 제한 사항을 준수하기를 거부하는 방문객들을 맞서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직 완전히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젊은 직원들 사이의 안전에 대한 우려로 당분간은 기존의 규칙을 지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움직임 사이에서 테이트 모던 (Tate Modern) 은 7월 16 일 금요일 팝업 백신 센터를 열어 관람객들을 맞이하였다. 미술관 방문을 꺼려하는 관람객들을 다시 모으기 위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7월 19일 자유의 날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볼 수 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테이트 모던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18세 이상 백신 접종 희망자 누구에게나 화이자 백신 1차, 2차 접종 기회를 주었다. 백신 접종자에게는 테이트 전시 관람권 및 테이트 샵 할인권을 제공하였다. 
 
아직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없으며 포스트 펜데믹 시대를 맞이했다고 하기에도 조금 이를 수도 있다. 국가를 봉쇄하고 전 세계를 옴짝달싹 못 하게 묶어 놓은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칠 대로 지쳐버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매해 새로운 문제들을 안고 있는 우리는 오히려 지금 미술의 사회적 존재 방식과 이유에 대한 재고찰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 수 있다. 위기를 피하기보다는 기회 삼은 런던 미술계는 미술이 유희의 목적만을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었고 ‘우리에게는 보여주고 싶은 전시가 있고 관람객들이 와서 전시를 봤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하면서도 강렬한 메세지를 전달하면서 절실함보다는 모두가 뜻을 모은다면 해결 할 수 있다는 의지로 보였다. 특히나 역사, 문화, 경제의 중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 다 브렉시트 (Brexit) 와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면서 이제서야 ‘런던의 색’을 찾아 나서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강제로 멈췄던 것을 다시 가동하려니 너무 낡아 새로운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변화에 맞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코로나 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보다는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변화에 준비하고 있는지 혹은 준비가 되어있는지 물어야 할 때가 왔다. 
[1] 현재 영국정부는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신호등 체계 (Traffic Light System) 를 도입해 각 국가별 코로나 19 위험도를 측정하여 녹색 국가 (Green List), 황색 국가 (Amber List), 적색 국가 (Red List) 로 분류하여 각 등급별로 상이한 방역조치를 적용하였다. 
[2] 에델 아산티 (Edel Assanti) 는 2010년 제레미 엡스틴(Jeremy Epstein) 과 칼리 팰로우스(Carlie Fellowes)가 런던 중심에 설립한 갤러리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현실 관련한 국제적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있다. (https://edelassanti.com/ )
[3] 올해로 8회째 열리는 아트 페어로 메이페어 (Mayfair) 지역에 있는 갤러리들이 모여 진행하는 행사이다. 
[4] 상업 갤러리들과 옥션 하우스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행사로 고미술부터 21세기 미술까지 폭 넓게 보여주는 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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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 | 횡당보도에 서서 _ 박보영

작가의 글 | 횡당보도에 서서 _ 박보영

‘How do you feel about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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