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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 Magazine article | 아낌없이 주는 나무: Among the Trees

6월 말 - 7월 초를 시작으로 런던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지난 4개월간의 록 다운은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안겨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문화생활을 즐기는 부분에서 큰 변화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하나 둘 재 개관을 시작한 미술관들의 소식은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모든 것이 예약제로 바뀌면서 평소처럼 어느 날 갑자기 전시를 보러 가는 일은 이제 조금 어려워 보인다. 
 
가상 공간은 예술 작품을 보는 방법적인 면에서 더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작품을 보는 것 이상으로 작품을 감상하며 작품 너머의 것을 쉽게 그 자리에서 찾아 볼 수 있게 되었고 가까이서 보지 못했던 작품들도 화면을 통해서지만 그 디테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실제 작품을 보고 전시장 안에서의 분위기를 몸소 느낀다는 것은 내 집에서 보는 편안함만큼이나 설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의 <Among the Trees> (2020.08.01 - 10.31, Hayward Gallery) 전시는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선보여진 나무를 주제로 한 전시로 면대면 경험이 주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830만 그루의 나무와 860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는 런던은 영국의 산림 위원회에 따르면, 세계에게 가장 큰 도시 숲이라고 한다. 록 다운 동안 영국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열린 공간/ 허락된 공간은 공원과 산, 자연이었다. 물론 공원과 산도 한동안은 닫아 있었지만 개인 정원 가꾸는 것을 좋아하고 시내 곳곳에 10분내지 20분 정도의 위치에 잠시 앉아 쉬어 갈 수 있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있다는 것은 나무가 얼마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존재인지 가늠할 수 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기획된 이번 전시는 나무를 중심으로 전 세계 37명의 작가들이 지난 50년 동안 나무와 숲과의 관계를 어떻게 탐구 했는지를 보여준다. 나무는 인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며 긴 세월 동안 인간사회의 변화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하는 존재이다. 나무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종이, 휴지 등 많은 것을 아낌없이 제공해주다 못해 이제는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는 이러한 인간의 문화가 나무 문화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보여 주는 한편 자연과 인간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 사이에서 나무와 숲에 대한 상징적 무게들을 보여준다. 
 
헤이워드 갤러리 관장 랄프 러그오프 (Ralph Rugoff)는 본 전시를 직접 기획하면서, 
 
“숲을 걷는 즐거움 중 하나는, 그것을 분석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 거야!” One of the great joys of walking in a forest, is you give up any attempt to analyse it… you just enjoy the act of looking.
 
라고 인터뷰를 하였다. 그래서인지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나무들이 가지런히 서있는 숲의 사진과 전시장 안에 잔잔하게 퍼져있는 바람소리, 이 모든 것은 전시의 제목 ‘Among the trees’ 나무들 사이에서처럼 전시를 보는 것 자체로 나무들 사이에 있다고 느껴지게 한다. 인간의 크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나무들을 마주하면, 그리고 그런 숲을 걷다 보면 인간은 잠시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 나게 된다.   
 
오랜 세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나무로 뒤덮여져 버린 사원을 연상하게 되는 작품이 1층 전시장 왼쪽 벽면 가득 메워져 있다. 이는 에바 조세핀 (Eva Jospin) 의 작품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종이상자를 이용해 앙상한 나뭇가지를 만들어 연결해 숲의 이미지로 탈바꿈하였다. 밀도 있게 만들어진 이 작품 앞에서면 메마른 나뭇가지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있는 모습에 끝이 보이지 않는 숲의 한가운데 있는 듯 잠시 상념에 빠지게 된다. 하나의 표현수단으로써 이용되어져 왔던 종이상자를 작가는 그 자체로서 작품을 완성하려 했다 한다. 에바의 작품과 비슷하게 나무의 변형된 형태의 소재를 이용해 나무를 표현한 그위스펩 페논 (Giuseppe Penone)의 작업을 바로 옆 공간에서 살펴볼 수 있다. 1960년대부터 나무를 소재로 작업을 해온 작가는 공업용 나무를 이용해 나무의 옹 부분을 파고 들어 나무의 처음 모습으로 다가가게 된다. 이 옹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나무의 지난 세월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모든 물건들이 나무의 형태/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이 두 작가의 경우 공업용으로 재생산된 나무를 이용해 나무의 기원으로 돌아가 나무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전시를 관람하기 전 기대했던 작업 중 하나는 에자-리자 아텔라 (Eija- Liisa Ahtila) 의 작품으로 앞에서 이야기한 전시장 가득 퍼져있는 바람소리의 주인공이다. 핀란드 작가인 그녀는 30미터에 달하는 나무의 초상화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움직이는 매체의 주인공은 언제나 인간이라는 점에서 의문을 품고 나무를 주인공으로 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총 6개의 큰 화면으로 나뉘어져 있는 나무는 어두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왼쪽 나무 밑에 작가가 서 있는 것도 확인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경우 나무의 실제 크기에서 오는 웅장함에 놀라는 한편 바람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는 나무의 소리 및 영상은 편안함을 준다. 나무의 초상화를 찍은 작업과 비슷하지만 다르게 사계절 동안 변하는 나무의 모습을 디지털 영상으로 만든 제니퍼 스타인캠프 (Jennifer Steinkamp) 의 작업 또한 2층 전시장에서서 찾아 볼 수 있다. 블라인드 아이 (Blind eye1) 라고 하는 그녀의 작품은 얼마나 인간이 이러한 변화를 보지 못한 채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었는지 그리고 그 영향은 한 발 늦어버린 듯한 자연재해와 같은 문제들로 직면하게 되었는지를 시기적으로 일깨워준다. 
 
사진을 통해 사유의 흔적을 표현해온 이명호 작가의 작품 또한 본 전시에서 볼 수 있다. 하얀 캔버스를 나무 뒤에 놓으면서 나무를 하나의 피사체로 두고 사진을 찍는 그의 작업은 나무의 세월을 다른 방식으로 함축한다. 사진은 유독 사물을 직접 본다는 생각보다는 사진기를 통해 본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이 때문인지 사진에 담긴 피사체에는 많은 의미들이 함축되어있다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평범한 나무 한 그루 뒤에 하얀 캔버스를 놓음으로써 더 이상의 평범한 나무가 아니게 된다. 한편으로는 내가 그 사물에 의미부여를 함으로써 나와 사물의 관계를 조금 더 가까이 두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의 소개한 작품들 외에도 본 전시에는 나무를 우리보다 크고, 오래되고, 힘이 세고, 더 아름다운 것으로 표현한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잘 해석한 작품들이 가득하다. 우고 론디노네 Ugo Rondinone의 거대한 올리브 나무는 전시장안에서 당당함을 보여주고, 카로나가 가즈오 (Kazuo Kadonaga)의 끝없이 겹겹이 켜낸 나무는 연약하면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준다. 
 
공생’, 더불어 살아간다는 말이 전시장을 나오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전시를 통해 본 전세계의 나무에 대한 다양한 접근은 나무의 장엄함을 우러러보면서 나무에 대한 우리의 파괴적인 영향 및 이중적인 태도를 상기시킨다. 평소 우리가 너무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하며 지내 오진 않았는지 바이러스로 묶여버린 두 손. 두 발은 나무라는 목격자를 통해 자아성찰하게 된다.   
월간미술 (202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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