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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lbert & George Centre,                           '우리는 모두 영원히 살고 싶지 않을까요?'

The Gilbert & George Centre, '우리는 모두 영원히 살고 싶지 않을까요?'

2023년 4월 1일, 영국 런던에 길버트 앤 조지 센터가 개관되었다. 비영리 기관으로 등록된 이곳에서는 길버트와 조지의 작품이 전시되고 그들의 영화가 상영되고 그들의 작업세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다. 영국 현지의 한 매체는 이를 두고 “경이로운 나르시시즘의 업적”이라 불렀는데, 개관전 《천국적인 그림들》에 나온 작품들, 즉 둘의 몸이 마음껏 해체, 변이, 확대된 대형 이미지가 마치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칭송에 가까운 표현일 것이다. 출품작은 영국에서는 모두 처음으로 공개되며 전시는 일반 대중에게 무료로 오픈된다.
‘우리는 인생을 보여주거나 삶을 반영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내일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길버트 앤 조지 센터를 떠날 때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믿는다.’ 
2023년 4월 1일, 전설적이지만 종종 논란에 휩싸이는 예술 듀오 길버트 프루슈(Gilbert Prousch)와 조지 패스모어(George Passmore)는 런던 동쪽의 끝자락에 자신들의 이름을 담은길버트 앤 조지 센터(Gilbert & George Centre, 이하 센터)를 개관했다. 센터의 개관은 언제든 이 듀오의 작품을 볼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예술’의 실천을 보여준다. 
듀오와 예술
1967년 런던의 세인트 마틴 예술학교의 조각을 전공하면서 처음 만난 길버트와 조지는 예술과 일상생활 모두를 뜻하는 ‘살아있는 조각’으로 데뷔하며 예술가 그 자체도 하나의 예술 소재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또한 ‘Art for All (모두를 위한 예술)’ 이라는 슬로건을 채택하고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며 지금까지 오랜 시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예술 활동 철학 ‘모두를 위한 예술’은 원칙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예술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대중화 시킨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초기에는 팝 아트와 퍼포먼서 아트의 영향을 보였고, 이후로는 다양한 매체를 채택하고 죽음, 성, 종교와 같은 다소 미감하지만 폭 넒은 주제를 다루면서, 그림, 비디오, 사진 등 새로운 예술 영역에까지 영향을 보여주었다. 이런 길버트와 조지의 도발적인 성향은 영국의 젊은 예술가들 (Young British Artist) 과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길버트와 조지의 작품들은 폭 넓은 인간 경험을 담고 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런던 동쪽 지역 부근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주로 작품에 사용하는데, 현대의 세계를 항상 불안정한 상태로 인식하고 도시 생활의 어두운 면에 대한 특징을 대칭과 질서의 시각 언어를 통해 전달했다. 특히나 사진 격자를 상징적인 요소로 삼아 여러 장의 사진을 하나의 작품으로 결합시키는 방식을 1970년대에 만들어냈다. 당시의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매우 탁한 흑백톤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둡고 불긴한 느낌을 풍겼으며, 특정 패널은 빨간색으로 물들어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길버트와 조지의 작품 크기는 대담해지고, 색은 밝아졌다. 이전 10년 동안의 절제된 스타일은 매끄럽고 다채로운 포토 몽타주로 대체되었으며, 유머도 같이 섞이기 시작했다. 이렇듯 노후한 런던의 모습과 밝은 색감의 파노라마, 성적 광고, 종교적 근본주의까지 다양한 감정과 주제를 아우르면서 이들은 영국의 미술계에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듀오의 센터 설립
길버트 앤 조지 센터는 그들의 집 근처에 위치한 옛 맥주 공장 부지에 세워졌다. SIRS 건축사무소의 공동 창립자이자 조지의 조카인 마누엘 이르사라가 19세기에 지어진 건물을 보존하는 동시에 환경에 대한 인식을 담아내어 새롭게 개조했다. 센터 앞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대장장이가 제작한 초록색 문으로, 가운데에 “G&G” 라고 쓰여있다. 한편으로는 키치하면서도 금속공예 작품 같고, 또 보수적이고 현대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대문이라는 느낌을 준다.
입구로 들어서면 넓고 개방적인 앞마당이 관객을 맞이한다. 정원에는 벽 너머의 나무가 안뜰로 가지를 기울이고 있고 옆집 펍의 발코니도 보인다. 가지런히 벽돌을 쌓아 만든 건축물이 너무 단조로워 보일까봐 걱정했던 건축사들은 다이아몬드 무늬의 아가일 패턴으로 벽돌의 색을 달리하여 벽을 꾸몄다. 앞뜰 같은 이 공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히말라야 매그놀리아가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작가들이 잃어버린 친구이자 동료를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벽 앞에 나란히 놓인 벤치 옆으로는 길버트와 조지의 영상이 전시되는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앞뜰을 지나면 전시장의 리셉션 공간이 나오는데, 이전 양조장의 입구이기도 했던 곳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안내 데스크와 함께 카탈로그 인쇄물, 판화 그림, 접시 등 기념품 상점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전시 공간은 안내 데스크를 지나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층에는 높은 천장의 홀, 옛 맥주 양조장의 지붕을 보존한 1층 갤러리, 낮은 층고의 지하층으로 구성되었다. 길버트와 조지가 선호하는 대형 작품에 적합한 크기로 설계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센터에는 개관전은 《길버트 앤 조지 센터: 낙원적인 그림(The Gilbert & George Centre: The Paradisiacal Picture》이다. 거대한 크기의 작품들은 녹색, 파란색, 빨간색 등의 선명한 색상이 불러일으키는 생명감으로 가득 차 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길버트와 조지도 작품에 등장한다. 해체된 눈, 벤치에 무릎을 굽힌 모습, 방사능 같이 빛나는 피부로 그려진 듀오가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어 마치 악마처럼 붉게 빛나는 눈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전시 제목처럼 ‘천국’임에 분명하다. 길버트와 조지가 만들어낸 천국으로 재치와 유머가 가득한 전시는 관람객의 재미와 흥미를 돋우며 센터의 개관을 알리기에 적격이다.
모두를 위한 예술, 모두를 위한 공간
앞서 언급한 대로 ‘모두를 위한 예술’ 철학은 길버트와 조지의 작품세계의 핵심이며 센터 건립의 중심축이다. 길버트는 센터 설립 아이디어가 우연히 시작되었다고 언급했다. 약 10년 전 이들이 창고로 쓰일 공간을 찾아다니던 중에 이 건물이 매물로 나온 것을 발견했다. 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옛 양조장 건물 안에는 아늑한 안뜰이 있었고 옆에는 펍이, 건너편에는 태국 스파가 있었는데, 길버트와 조지는 건물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모습에서도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들은 센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의 비전은 우리의 작품을 보고 우리 그림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략) 그래서 우리의 예술을 좋아하는 누군가 런던에 왔을 때, 우리의 전시를 기다리지 않고도 충분히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길버트와 조지는 센터가 회고전을 위한 장소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센터 웹사이트에 따르면 매년 1~2회의 전시를 통해 듀오의 여러 작품들이 다양하게 소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센터는 길버트와 조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이들의 지난 예술 활동을 보여주는 곳도 아니다. 오히려 런던의 동쪽 지역의 모습을 보존한 곳 중 하나로 해당 지역을 위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당시 붕괴 상태에 있던 조지아 양식 주택에 거주해오며 예술가, 작가, 건축가, 보존주의자 및 여러 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지역의 주택을 복원하고 철거하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운동을 전개해 왔다. “전 세계가 여기에 있다”며 지역의 자부심을 드러낸 듀오는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가가 되었고, 이들 센터의 개관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디로 튕길지 모르는 듀오의 예술적 행보와는 사뭇 다르게, 센터 건물 안팎에서 매우 절제된 건축적 요소 또한 자신의 작업에, 또 우리가 현대예술이라고 하는 것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 노력도 읽어낼 수 있다.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남성 듀오 예술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이름을 건 센터를 개관하는데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과거의 사회적 차별에 맞서 저항해온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따라서 이 공간은 길버트와 조지의 예술에 대한 연구와 교육의 장소가 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지역 사회와 교육 단체와의 협력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한편,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영국을 대표했고, 런던 테이트 모던에 26점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길버트와 조지는 스스로를 영국 미술계의 아웃사이더라고 얘기한다. 아마도 이들이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인식하는 이유는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과 전통적인 예술계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예술계의 사교모임에 참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친구가 없다는 점, 자신들의 전시 외에는 전시를 보러 다니지 않는 다는 점 등의 이유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기도 했다. 길버트와 조지의 예술은 존재론적이며 변화하는 일상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작품은 자유와 선택의 본질적인 상호작용을 담고 있으며 기술, 국경, 신념에 구속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정성, 소외, 무작위성 등의 어두운 면을 늘 포용해 왔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의 예술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아웃사이더가 되기도 하였다. 이는 아티스트로서 주목받을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 였을 수 있지만, 이들이게는 예술을 여정으로 삼은 이유로서 아웃사이더가 되어 야만 했을 것이다.
길버트와 조지는 각각 81세와 80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은퇴가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보인다. 앞으로 센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알 수 없다는 제스처를 보여주며 “우리는 다 영원히 살고 싶지 않나?” 라고 되물은 적도 있다. 여기서 분명한 건 앞으로 길버트와 조지의 작품을 영원히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모두를 위한 예술’은 길버트와 조지를 센터 건립까지 이끌어온 원동력이며, 오래된 슬로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전히 지난 50년 동안 모두를 대상으로 한 예술, 어려운 이야기, 현실적인 세계의 진실을 보여주는 데 그 에너지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은 미술관/박물관이 돌아서면 어디에나 자리하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면 그들의 노력이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길버트와 조지가 제기하는 의문은 그들의 예술, 우화적이면서 초현실주의적인 작품들에 힘을 더한다. 요즘 사회에서 당연시되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수긍하는 경향이 있어, 길버트와 조지가 끊임없이 제기한 의문과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예술은 그 어느때보다 우리의 사회에 필요한 예술이 되었음을 느끼게 한다.
월간미술 (2023.07) 
'말은 실이고 실은 언어다' - 세실리아 비쿠냐 (Cecilia Vicuña)

'말은 실이고 실은 언어다' - 세실리아 비쿠냐 (Cecilia Vicuña)